BAK Chanhee

May 17, 2023

인상적인 이력서를 쓰는 법

첫 이직을 할 때 나는 이력서를 어떻게 적는지 몰라 많은 삽질을 했었다. 그저 했던 일을 적고, 자기 소개란을 있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따위의 내용을 적어두었었다. 심지어 힙해보이고 싶어서 내 사진을 올리는 아주 대담한 짓도 했다.


이게 내 첫 이력서다.
지금 와보니 의미가 없고, 오히려 편향만 일으키는 이력서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처럼 이력서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 실수하는 주니어 개발자들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력서의 목적은 원하는 기업에서 원하는 직책에 대한 면접 기회를 잡는 것이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일을 했습니다"와 같은 행위 중심의 이력서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러한 이력서는 당신을 세일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일즈하기 위해선 이력서를 일종의 광고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아직 프리미엄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유튜브 광고를 생각해 보자, 유튜브 광고는 5초 이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한 대부분 사람이 스킵을 누른다.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는 15초 이내로 이력서를 읽고 더 읽어볼지 결정한다고 한다.

채용 담당자는 핵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싶어 한다. 핵심 정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관련 기술 경험 여부 (보유 기술): 해당 직무에 맞는 기술 셋을 가졌는지, 숙련도는 어느 정도일지
  2. 업무 경험: 프로젝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성과는 어땠는지

따라서 이력서에서는 이러한 핵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는 이력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섹션별로 알아보자.

국룰

너무 당연하고, 이력서와 관련된 서적 몇 개만 찾아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래서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꼭 지키도록 하자

  • 오타, 문법, 맞춤법 오류가 없어야 한다.
  • 연락처가 있어야 한다
  • 이력은 시간 역순으로 기재한다
  • 필수 항목이 아닌 개인 정보(성별, 종교 등)는 포함하지 않는다
  • 2페이지 이하로 작성한다

내가 초기에 저지른 실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사진을 넣었다는 점이다. 사진은 편향을 유도하기 때문에 넣지 않는 게 좋다.

프로필(소개)

<The Tech Resume Inside Out>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들이 제일 먼저 이 섹션을 읽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경력을 확인하고,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할 때만 시간을 내어 이 부분을 읽는다.
그러므로 이 섹션은 짧게 작성하되, 내가 왜 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The Standout Developer>의 저자 Randall Kanna는 이 섹션은 이력서를 완성하고 제일 마지막에 작성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력서를 완성하고 나서 이력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세부 사항을 찾아 전달 하고 싶은 내용을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섹션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꼭 지원하는 직무에 맞게 최적화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당신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Flutter 앱 개발자 직무에 지원한다면 프론트엔드 경험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Flutter로 진행한 포트폴리오, 그리고 Dart를 배웠다는 점을 강조하는게 훨씬 낫다.

내가 초기에 저지른 실수:
취미나 쓸데없는 좌우명으로 이 섹션을 채웠다. 채용 담당자는 당신이 독서하든, 서핑을 즐기든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업무 경험

이 섹션은 가장 중요한 섹션이다. 채용 담당자가 이 섹션을 읽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업무 경험은 행위 중심이 아닌 결과 중심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때 측정할 수 있는 지표(숫자)가 들어가면 좋다.

<코딩 인터뷰 완전 분석>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작성하길 권한다.
"Y를 구현해서 X를 성취했고, 그 결과 Z를 이루었다."

다음은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의 예시다.

  • 제품 출시 후 사용자 수 (e.g. MAU 증가)
  • 제품의 퍼포먼스 개선 (e.g. 앱의 속도를 30% 개선)
  • 비용 절감 (e.g. 인프라 비용 00원 절감)
  • DX 개선 (e.g. 2일 정도 소요되는 작업을 3시간이면 가능하게 스크립트화)

간단하고 간결하게, 핵심만

읽기 쉬운 코드가 좋은 코드이듯, 읽기 좋은 이력서가 좋은 이력서다.
알다시피 읽기 좋은 글은 짧고 핵심만 들어있는 글이다.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을 적을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력서를 읽는 데는 15초밖에 안 걸린다. 모든 경험이 적혀있는 6~7페이지 분량의 이력서는 15초 내로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지원한 직무의 핵심 영역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하자.

스스로 물어보자,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 내가 왜 적합한지 잘 설명하고 있는 걸까?"

내가 초기에 저지른 실수:
너무 많은 내용을 넣었다. Java Spring 백엔드를 잠깐 유지보수했던 일까지 이력서에 적었었는데, 되게 딥한 질문이 들어와 막힌 기억이 있다.


보유 기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스택은 채용공고에 알맞게 줄이는 것이 좋다.
모든 기술을 전문가처럼 다루진 못할 것이고, 너무 많은 기술을 나열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당신은 손목을 심하게 다쳐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부 전문의 vs 일반 정형외과 의사, 누가 더 신뢰 가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기술만 적는 것이 좋다.

아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게, 기술별로 상, 중, 하 등급을 매기거나 백분율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수치들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주관적인 수치라 채용 담당자가 알기 어렵고, 애초에 "하"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보유 기술은 적지 않는 게 좋다.

내가 초기에 저지른 실수:
너무 많은 스택을 적었다. 지원한 직무의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에 맞춰 기재하도록 하자.

교육, 자격증, 기타

이 섹션은 당신을 빛내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자랑할 만한 사이드 프로젝트와 오픈소스 기여 경험이 있다면 꼭 적어보자.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 또한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부트캠프나 동아리 등에서의 리더십 경험이 있다면 이 또한 당신을 인상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결론

현재 내 이력서는 이렇게 되어 있다. (주요 정보는 다 가렸다)

  • 업무 경험은 성취와 결과를 명확하게 적었고
  • 보유 기술은 내가 설명할 수 있고, 자주 사용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기술만 추려냈다.
  • 기타 섹션에서는 미미하지만, 오픈소스에 기여를 종종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 밑줄 되어 있는 부분은 하이퍼링크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줬다. 기본 색상인 파란색이 아닌 검은색을 사용한 이유는 이력서의 내용보다 링크가 더 눈에 띄게 되어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나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되지만, 첫 이력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이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이력서를 만들고 좋은 면접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가이드일 뿐이다. 결국 자신만의 개성과 경험을 통해 이력서와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f.
  • <코딩 인터뷰 완전분석>
  • <The Tech Resume Inside Out>
  • <The Standout Developer>
  • <A smart guide for your career as a software engineer>

About BAK Chanhee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살아갑니다.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