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 Chanhee

May 26, 2021

손목, 소모품입니다 (수술까지 한 개발자의 개발 장비 이야기)

손목 통증은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개발자, 프로게이머, 헤어디자이너 등에게 직업병처럼 종종 발생 한다.

나 또한 개발자로 일하면서 손가락과 손목에 통증이 왔고, MRI로 확인해 보니 여러 군데에 인대에 건열과 파열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골도 마모 됐다.
통증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졌고, 매일 매일 진통제를 먹으면서 코딩을 하다가 결국 저번 달에 오른쪽 손목을 수술 했다.

IMG_0439.jpg


왼손 또한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어서 이 글은 Apple 의 받아쓰기 기능을 이용하여 작성하고 있다.

손목은 왜 안 좋아지는 걸까?

타이핑을 하면서 손목이 척측 변위(ulnar deviation)와 회내(pronation) 자세를 하며 손목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이핑을 하기 위해 이렇게 손 등이 하늘을 보는 자세를 하면 손목은 회내(pronation) 자세가 된다.

Pronation_and_Supination.gif

DrJanaOfficial,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보이는 애니메이션처럼 회내(pronation) 자세는 뼈가 뒤틀린다. 그리고 이 자세는 뼈를 뒤틀기 위해 주변 근육, 인대, 힘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또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목을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유지하기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게 되고 그렇기에 근육이 긴장 되어 통증에 영향을 준다. (꼭 팜레스트를 사용하자)

의학적인 정보는 인터넷에 나보다 더 설명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여기까지 하고,
그러면 이제 수술하기 전까지 손목에 통증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장비들을 소개 하려고 한다.
정말 많은 장비들을 써봤다!

*사용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 했으므로 사람마다 체감이 틀릴 수 있음
(내 어깨는 좁은 편이고 손가락은 가늘고 긴 편이다. 큰 마우스를 선호 한다)

키보드



분리형 키보드 위주로 사용했다 다음 그림과 같이 분리형 키보드 사용 하게 되면 손목이 꺾인 척측 변위(ulnar deviation) 자세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키보드에 적절한 틸팅기능이 있다면 회내(pronation)자세도 방지할 수 있다.

Microsoft Sculpt Ergonomic Desktop

처음 손목 통증이 시작 되고 나서 얼마 안 되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펜타그래프 방식으로 생각보다 손가락에 힘이 덜 들어 갔고 마우스도 생각보다 힘을 덜 쓰게 되어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 되었다.
분리형 키보드지만 양 키보드가 고정 되어 있어 어깨가 크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구성에 한계가 있는 거 같다.
마우스는 일 년이 채 안 되어 고장이 나 AS를 받았다.

그리고 키를 끝까지 누르게 되면서 바닥에 닫는 느낌이 손가락에 지속 되면서 손가락 통증이 시작 되었다.

NiZ Atom66 무접점 35g

손가락 통증을 최소 할 수 있도록 낮은 키압을 가진 키보드를 알아 보는 중 무접점 키보드를 알게 되었고,
리얼 포스는 너무 비싸서 가격대가 저렴한 노뿌 키보드를 구매하게 됐다.

이 키보드를 사용하고 나서 손가락 끝의 통증은 정말로 많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키보드가 작아서 그런지 어깨 통증이 시작 됐고 다시 분리형 키보드를 알아 보게 되었다

KINESIS FREESTYLE EDGE RGB

회사에서 쓸 생각으로 갈축으로 구입했다. 쓰자마자 어깨 통증은 사라졌다.
양 키보드를 연결하는 선이 길어 내가 원하는 위치에 키보드를 놓을 수 있었다.
추가 구성품으로 틸팅을 구입하면 회내(pronation) 자세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축이 무거워 손가락 끝의 통증이 다시 시작 됐고, 다시 무접점 키보드를 알아 보게 되었다.

Realforce R2 TLSA 저소음 APC 30g 균등

과감하게 리얼 포스로 선택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키보드중 가장 오래 사용했다.
최근까지 사용했던 키보드로, 적당한 크기와 적은 키압으로 사용하기 매우 편했다.
물론 인체공학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거 같지는 않다.

ErgoDox EZ

리얼 포스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레딧에 떠서 호기심에 구입했다.
최근엔 여러 유튜버들이 사용기를 올리면서 떡상한 키보드다.
갈축으로 샀고, 역시 키압 문제로 다시 팔게 되었다.
내가 이 키보드의 틸팅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해 틸팅이 크게 손목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세 발로 세우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GergoPlex Heavy 12g choc

무려 12g 이라는 엄청나게 낮은 키압을 자랑하는 키보드 다.
키압은 이때까지 써본 키보드 중에서 제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 키보드는 손이 작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키보드 였고, 나는 손이 컸기때문에 타이핑 하려면 손가락과 손가락을 모두 붙혀서 타이핑을 했어야돼 오타도 많았고 배열이 매우 특이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주일 써 보고 방출 했다.


현재 사용중인 키보드로, 갈축 아니면 저소음 적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밖에 없어 저소음 적축으로 구매했다.
역시 키압이 문제긴 한데 구름타법을 사용하면 좀 났다.
키배열이 인체공학적으로 배열 되어 있어 타이핑을 할 때 손목이 꺾이지 않아 좋았고,
command 나 back space 같은 키들이 엄지에 몰려 있어 새끼손가락의 척측 변위(ulnar deviation) 자세를 예방할 수 있어 피로도가 줄어들어 손목에 무리가 크게 없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키보드를 사용할 것 같다.

키보드의 관한 내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손목이 아프다면 분리형 키보드를 추천하고, 손가락 끝이나 마디가 아프다면 무접점 키보드를 추천 한다.

더 많은 인체공학 키보드를 찾아 보고 싶다면 서브레딧 /r/MechanicalKeyboards 의 buying_guide 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키보드 레이아웃

영문은 워크맨, 한글은 신세벌식을 사용하고 있다.

두벌식이나 쿼티 자판은 자주 사용하는 글자들이 제각각의 위치에 있어 손가락을 자주 움직여야 되는 반면, 워크맨과 세벌식은 손가락을 크게 안 움직이게 효율적으로 설계 되어 있다.

아래 이미지를 보자. 위에 이미지는 두벌식의 빈도 분포고 밑에 이미지는 세벌식의 빈도 분포다.




두벌식보다 세벌식의 손가락 움직임이 덜한 걸 알 수 있다. 워크맨도 이와 비슷하게 손가락 움직임이 덜 하다.



만약 vim을 사용한다면 워크맨을 사용하는 것을 좀 더 고민해 봐야 한다. 키매핑을 다시 해야 된다. hjkl... (sigh)

마우스

조작 할 때 회내(pronation) 자세가 안 될 수 있도록 버티컬 마우스, 타블렛 위주로 사용했다.
마우스의 무게와 버튼의 클릭압에 신경을 많이 썼다.

로지텍 MX VERTICAL



2~3일 정도는 통증이 감소 하는 느낌이었으나 TFCC에 통증이 시작 됐다. 각도가 애매해서 통증이 왔던 거 같다.
좀 더 90° 에 가까운 버티컬 마우스가 필요했다.

Evoluent VMCR VerticalMouse C



버티컬 마우스 의 최고봉이라고 들어서 구입하게 됐다 6개월 정도는 만족스럽게 쓰다가 마우스를 움직일 때 손목 전체적으로 통증이 발생해 손목을 움직이지 않는 트랙볼을 찾게 되었다.
Evoluent 의 마우스는 여러 가지 사이즈가 존재하니 꼭 자신의 손과 알맞는 사이즈로 구매하길 바란다.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트랙볼 마우스



손목에 통증은 좀 줄었으나 트랙볼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 트랙볼을 굴릴 때 손가락 마디 마디에 통증이 왔다.
그리고 클릭감 또한 좋지 않아 손가락 끝과 손목에 통증이 왔다

켄싱턴 엑스퍼트 트랙볼 마우스



클릭감이 확실이 슬림 블레이드 보다 좋다. 그러나 트랙볼을 굴릴 때 발생하는 손가락 마디 마디의 통증은 여전했다.
그래서 손목을 움직이지 않는 않으면서 트랙볼 무게로 손가락 마디 의 통증이 안 오는 제품을 찾다가 트랙패드를 사게 됐다

애플 Magic Trackpad 2
스페이스 그레이 https://coupa.ng/b0kMja

3개월 정도 사용 하다가 손가락 끝의 통증이 너무 심해 팔았다.

빌리온톤 RS-200WM



손가락이 아닌 손목으로 클릭 하는 마우스다. 조이스틱 처럼 손으로 움켜쥐고 왼쪽으로 각도를 틀면 왼쪽 클릭이 되고 오른쪽으로 각도를 틀면 오른쪽 클릭이 된다.
양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분리후 재조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손이 큰 사람들에게는 추천 하지 안는다. 제품 정보에도 손 너비가 9.5cm 이하인 분들에게 권장 한다고 나와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샀다가 손목이 아파서 다시 팔았다.

엘라스토 마우스


와디즈 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제품이다.
키보드에서 구름타법을 마우스에 구현한 제품이다. 구름 클릭 마우스 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정말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클릭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품 역시 손이 큰 사람 한테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내구성이 약해 실수로 떨어트리면 거의 반파 되어 사용할 수 없어 AS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로지텍 트랙맨 마블


트랙패드를 사용하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 급하게 쿠팡에서 샀다.
처음엔 별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트랙볼에 무게도 가볍고 클릭감도 좋았다
켄싱턴 트랙볼을 사용했을 때 불편했다면 이것을 사용해보길 바란다.
잠깐 사용하다가 다시 켄싱턴 엑스퍼트 트랙볼 마우스를 구입했다

와콤 타블렛

위에서 말한 트랙볼의 고질적인 통증이 또 발생 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손가락 끝의 통증도 없고, 손목의 통증도 다른 마우스에 비하면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사용 한지 9개월 되던 차에 엄지의 통증이 시작 됐다.
타블렛펜에 달린 버튼을 사용하여 왼쪽 클릭과 오른쪽 클릭을 모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지의 통증이 심해진 것 같다.

현재도 사용 중이다. 참고로 나는 CTL-6100WL을 사용 중인데 해당 타블렛에 있는 기능키들은 거의 사용을 안했다.
그래서 타블렛을 사용할 생각이 있다면 타블렛 기능만 있는 One by Wacom 을 추천 한다.

단, 소형은 듀얼 모니터에서 다루기 힘들다 꼭 중형을 사자.


엄지 통증이 심해 다시 돌아왔다. 원래 이전에 썼던 VerticalMouse C를 사려고 했는데 마침 후속작이 출시되어서 이걸로 샀다.
VerticalMouse C 보다는 좀 더 감촉이 좋았다. VerticalMouse C 은 뭐랄까 무광 처리를 해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이건 그런 거 없이 매끈매끈해서 좋았다.

현재는 켄싱턴 엑스퍼트 트랙볼 마우스와 Evoluent VMDSW Vertical Mouse D 마우스, 타블렛을 병행 사용하고 있다.
손가락이 아프다면 클릭압이 낮은 마우스를 추천하고 손목이 아프다면 버티컬 마우스나 무게가 가벼운 마우스를 추천 한다.
일반적인 마우스를 사용하고 싶다면 자신의 손에 맞는
마우스 그립을 해야 한다.

기타 입력 장치 & 소프트웨어


vim

마우스를 사용할 때 통증이 심해 최대한 키보드로만 개발을 하고 싶어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은 talon voice로 음성 코딩을 시작해서 제일 궁합이 잘 맞는 intellij 를 사용하고 있다(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talon voice

음성으로 단어를 입력 하게 해 주고 파이썬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맞는 음성 명령 스크립트를 짤 수 있게 해준다.
자세한 사용법은 아래 YouTube 링크를 참조 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VMNsU7rrjRI&list=PL2wTcyeSmhsbPZYt65mRiKSeuq6WU-rXZ&index=1

Tridactyl

trishowcase.gif


브라우저를 vim처럼 키보드 로만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Vimium 이랑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사용 체감상 Vimium 보다 가벼워서 사용하고 있다. 아 그리고 나는 파이어폭스를 사용 한다.

tobii eye tracker



눈으로 마우스를 조작하기 위해 사용한다. 모니터 한대만을 지원에서 듀얼 모니터 사용하고 있는 나에겐 안맞어 일주일 만에 방출 했다.
인식률이 꽤나 우수하다.

Stretchly



강제로 쉬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설정에 따라 매시간마다 전체 화면을 가리는 창을 뛰어 쉬는 시간 알려 준다. 쉬는 시간 스킵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 소프트웨어 덕에 중간 중간 손을 쉬어주게 하고 있다

앞으로의 장비 구매 계획

KINESIS Foot Pedals 을 구입하여 엄지의 부담을 발 쪽으로 옮길 생각이다.
마틴 파울러 아저씨가 사용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dactyl 를 인쇄하여 게이트론 백축을 올릴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KINESIS Advantage2의 인체공학적인 장점과 낮은 키압 모두 잡을 수 있다.



샀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장비들

문림키보드
개발자 엑스티님이 만들고 있는 키보드다.
수직 틸팅이 가능하고 보조 키들이 엄지에 몰려 있어 손목의 척측 변위(ulnar deviation)와 회내(pronation) 자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ploopy Nano Trackball


현재 마우스 클릭은 음성으로 하고 있어 트랙볼 마우스의 버튼이 필요가 없다. 켄싱턴 트랙볼 마우스는 버튼이 쓸 때 없이 공간을 차지 하고 있어 트랙볼만 있는 제품을 찾는 중 알게 된 제품이다.

맺음말

손목질환은 잠복기가 길다. 급성 손상은 10-20% 정도에 불과하고 이미 망가져 있다가 갑자기 통증이 올라온다고 한다고 한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 된다면 꼭 병원에 가서 MRI 부터 찍어 보자. 미리 미리 손목 건강을 잘 챙겨서 나처럼 손목을 째지 않길 바란다.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트위터로 연락 부탁 드린다. 나도 정확한 통증의 원인을 여태 동안 찾지 못해 고생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고생을 안했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링크가 걸려 있는 제품 중에 맘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꼭 그 링크를 클릭 해서 구매 해줬으면 좋겠다.
쿠팡 파트너스를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데 수수료 받으면 허니버터칩이라도 사 먹겠다.

마지막으로 구독과 좋아요, 아니 뉴스레터 구독 부탁드린다.
앞으로 개발과 관련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 볼 생각이다

부록: 나의 데스크 세팅


IMG_0443.JPG


책상은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고 나서 허리 통증이 급격하게 줄었다. 허리 통증이 있다면 스탠딩 데스크를 강력하게 추천 한다. 일어서서 작업을 할 때 무릎을 위해 꼭 밸런스 보드가 있어야 한다.

아직 신세벌식이 익숙하지 않아 배열 배치표를 붙여놨다.


출처: https://lunalab.co.kr/shop_view/?idx=26

실제로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참고 자료

About Bak Chanhee

할 필요가 없는 일은 굳이 만들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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