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Bin KIM

November 20, 2025

상황 맥락별 기질 (If-then signature)

사람을 상수가 아닌 함수로 보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그 마음과 생각을 담아 쓴 글이다. 반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그 다짐은 권태롭게 빛바래있었다. 그래서 다시 꺼내본다. 중요한건 사람을 유형짓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함수를 유형짓는 메타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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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of May 2025
MBTI가 뭐에요? 란 질문에 난 항상 말문이 막힌다.

난 내향적이며 외향적이고, 감각적이며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며 계획적이고, 논리적이며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양극단이 모두 혼재한다.

“사람의 성격은 유형화 할 수 없어요” 따위의 지루한 불평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성격은 분명 존재한다.

“모든걸 다 가졌어요”란 재수없는 자랑도 아니다. 공감해줘야 할 때 지적하다가 뭇매를 맞은적이 허다하며 제발로 파티에 온 주제에 옆사람 무안할 정도로 벙어리가 된적도 많다.
그럼 왜 말문이 막히느냐. 

나에게 있어 성격은 상수가 아니라 함수이기 때문이다. 맥락을 입력으로 넣으면 I/E/S/N/T/F/J/P를 출력하는 함수. 

가령, 난 파티에 가면 한없이 조용해지지만 일대일 대화에선 한없이 고양된다. 난 넓고 얕은 인맥보단 좁고  깊은 라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 조용한 내향인으로, 부담스러운 외향인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모두 존재한다. 

난 내향인으로 고정된 것도, 외향인으로 고정된 것도 아니지만, 그 둘을 결정하는 고유한 함수는 고정되어 있다. 

... 쇼다는 본질주의 사고의 대안으로서 이른바 상황 맥락별 기질 (if-then signature)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잭이라는 이름의 동료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면 “잭은 외향적이야.”라는 식의 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쇼다는 이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방식의 성격 묘사를 제안한다. 만약에 (if) 잭이 사무실에 있으면 그럴 땐 (then) 아주 외향적이다. 만약에 잭이 수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럴 땐 약간 외향적이다. 만약에 잭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땐 아주 내향적이다. - <pg. 159,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최근 <평균의 종말>을 읽다가 그 “함수”에 이름이 있음을 알았다. 상황 맥락별 기질 (If-then signature)이라 부른단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내향적이냐, 외향적이냐가 아니라, 언제  내향적이고 외향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실 형제자매가 있다면, 군생활을 해봤다면, 연애를 해봤다면 다 알만한 사실이긴 하다. 친밀함(intimacy)이란 그런 유형을 깨는 별난 특질(idiosyncrasies)에도 익숙해진 것이니까. 

개개인의 상황 맥락별 기질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해도 알듯말듯한 것을 한번의 데이트로, 잠깐의 커피챗으로, 잠깐의 면접으로, VoC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파악하는게 어디 쉬울까. 

그치만 성격은 상수가 아닌 함수임은 확실한 진실이다. 

그러니 어렵지만 노력해야한다. 
MBTI가 뭐에요? - 란 질문보다
가장 계획적이었던 순간이 뭐에요? 가장 즉흥적이었던 순간은요? - 같은 질문을 하며
성격을 결정하는 맥락 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의 함수를 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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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가 꿈인 발명 호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