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Bin KIM

November 25, 2025

모두가 천재인 사회

20개월 군생활동안 별의 별 책을 다 읽어봤다. <멋진 신세계>는 그 중 가장 혼란스러웠던 책이다. 모두가 “알파더블플러스”로 태어나길 바라면서도, 정말로 그렇게 되면 사회가 “온갖 잡음을 내며”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1년이 넘은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발전했다.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사회가 오히려 천재의 삶을 장려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가 난제를 마주했을 때 기술은 항상 변증법적 돌파구를 찾아냈고, 그렇게 문명은 전진해왔다. 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변방 마을 주민도 국가 지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졌고, 그렇게 과두제(oligarchy)는 사라졌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길거리 말 배설물 문제(great horse manure crisis of 1984)는 귀신같이 사라졌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은 3차 세계대전의 억제제(deterrent)로 작용한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모두가 단순노동에서 해방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식 삶을 영위할수도 있다. 물론 AGI의 권력구조, 자유의 빈부격차, 노동은 행복의 일부 등... 그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겠다만은, 파멸에 이르는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스타파 몬드가 보지못하는 길도 있음은 확실하다.

그게 지금의 생각이며, 아래부턴 그 씨앗이 됐던 2024년 초여름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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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h of May 2024
"난 궁금했어요.“ 야만인이 말했다. "태아 유리병들을 가지고 마음대로 무엇이나 다 얻어내는 방법을 잘 알면서도 도대체 왜 그들을 만들어놓았는지 말이에요. 이왕이면 왜 모든 사람을 알파 더블 플러스로 만들지 않나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그건 우리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을 자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가 대답했다. "우린 행복과 안정을 신봉합니다. 알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틀림없이 불안정하고 비참해집니다. 알파들이 근무하는 공장을 상상해봐요. 그것은 훌륭한 자질을 물려받아,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어느 한도 내에서의) 책임을 지도록 훈련받아 길이든 개인들마다 저마다 분리되고 상관이 없는 집단을 이루는 셈이죠. 그런 사회를 상상해보시라고요!" 
<멋진 신세계 제 16장,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내 가슴 속에선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 느껴져도, 내 머리는 "맞말...인가?"했기에, 읽으면서 고통스러웠던 대목이다.

실제 세계에서 지성의 분포는 인위적인 조작이 아닌 (다행스럽게도) 자연스러운 정규분포에 의거해 결정이 된다. 헉슬리, 잡스, 아인슈타인, 파인만 등 전대미문의 혁신을 이룩한 천재가 소수였던 것은 누군가가 조작한 것이 아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하지만 만약 먼 미래에, <멋진 신세계>에서처럼 자유자재로 태아의 지능을 조작할 수 있다면, 야만인 존의 말대로, 기왕이면 지구상 모든 인류를 스티브 잡스로 채우면 좋지 않을까?

상상을 하다가 문득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 위화감이 불쾌한 반박으로 이어진다. 모든 인간이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의 대표가 되길 바란다면, 그럼 말마따나 소는 누가 키우는가? 벽돌공은 누가 하겠는가? 길거리 청소부는 누가 하는가?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하는가? 농사는 누가 짓는가? 모두가 리더가 되고 싶어하면 개발은 누가 하는가?

문득 한 회사 동료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모두가 유빈님처럼 능동적인 엔지니어일 필요는 없어요. 우리에겐... 수동적인 엔지니어도 필요해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아도, 무스타파 몬드의 말대로, 전 인류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천재로 구성된다면 사회의 톱니바퀴가 온갖 잡음을 내며 멈춰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헉슬리가 천재였긴해도 <멋진 신세계>는 소설일 뿐이다. <파리대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곤 해도 진실은 소설의 내용과 달랐다. 소설 속에서의 아이들은 서로를 시기하고 죽이는 비극을 맞이하나, 호주 근처의 작은 섬에서 표류했던 아이들은 서로를 돕고 도우며 1년을 버텼다(그들의 인터뷰를 <휴먼 카인드>란 책에서 읽어볼 수 있다).

소설은 상상력을 돋구지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기전에 비판적 사고를 해야만 한다.

하여 난 묻는다. 

모두가 천재인 사회는 정말로 파멸에 이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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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가 꿈인 발명 호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