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Bin KIM

November 5, 2025

일과 사랑

7th of July 2024
 ... 그리고 가끔은 이 지긋지긋한 그림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디선가 리슈팽이 그랬지. “예술에 대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을 잃게 만든다”고. 그건 정말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 역시 예술에 넌더리를 내게 만든다.  - <챕터 - 생명이 깃든 색채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고흐의 토로에 십분 공감한다. 나에게도 일과 사랑의 양립은 아직 풀리지 않은 모순이다. 

나또한 “지긋지긋한 그림”에 염증을 느끼곤 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빠지면 야근하기 일쑤, 주말에도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러다보면 걸작이 탄생하긴 했으나, 어느새 카톡엔 빛바랜 메시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그 사이 식어버린 라포와 대화의 부채감에서 밀려오는 죄책감은 “진정한 사랑을 잃게” 만들었다. 

그럼 사랑에 흠뻑 빠지는 것은 마냥 좋았느냐. 이 극단 또한 그 끝은 결국 불행이었다. 하루종일 연인과 붙어있으며 현재를 만끽하다보면 “이렇게 행복한데 꼭 우주에 내 흔적을 남겨야해?”하며 “예술”에 대해 넌더리가 나기 시작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식기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면 머지않아 공허함이 엄습한다. 행복하지만 의미없는 삶을 견딜 수 있는가? 난 도무지 그 가슴 어딘가가 텅 빈 그 공허함을 견딜 수 없었다.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은 일도 놀이도 아니고, 목적도 무목적성도 아니다.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사이사이에서 추는 춤이다 - <버나드 드 코벤, 무목적의 목적 (The purpose of purposelessness)> 

이 모순의 타계책은 있는가. 찾아가는 중이지만, 아담 그랜트가 <히든 포텐셜>에서 인용한 문구에 희망을 걸어보고 있다. 목적만으로 채워진 삶도 무목적만으로 채워진 삶도 불행하다. 하지만 목적과 무목적 사이를 오가는 순간 은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아 사랑에 빠진다면 이 해묵은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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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th of May 2025 
다르게 말하자면,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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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가 꿈인 발명 호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