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은 독일어판 종의 기원을 읽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멘델은 자신의 연구가 다윈의 주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 틀림없지만, 다윈에게 연락을 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다윈의 경우에도, 멘델의 연구결과를 반복해서 인용한 포케의 유명한 논문을 깊이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결과를 자신의 주장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 <pg 444,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다윈은 멘델의 저작을 탐독했지만 멘델의 유전법칙으로 진화론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지 못했다. 멘델도 종의 기원을 읽었지만 자신의 법칙이 다윈이 찾던 마지막 열쇠임을 깨닫지 못했다.
생명과학의 전설 둘 모두 낫 놓고 기억자도 몰랐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잠시 책을 놓고 생각을 적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러나 우리의 인지력은 한정돼있어서(magic number +-7) 등잔 밑을 보지 못한다.
그 한계는 지식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계다. 멘델과 다윈을 보라. 그렇게 박식했던 두 사람이 왜 서로의 이론을 연결짓지 못했을까? 그냥 하드웨어 이슈인거다.
일론 머스크의 사례도 있다.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부스터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기술을 설명하던 중, “그런데 왜 그걸 부스터에만 적용한거죠? (But this is only for the booster, right?)“라는 질문을 받자 일론은 깊은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인다. 7달 후, 일론은 똑같은 기술을 부스터 뿐만 아니라 본체 (The ship)에도 적용했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분명 “One of the biggest improvements that we've made“라 자랑할만한 아이디어였지만, 유튜버가 등잔 밑을 밝혀줬기에 볼 수 있었던 세렌디피티였다.
포스트잇도, 그래핀도, 페니실린도, 좀 과장을 보태자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도 다 등잔 밑을 밝혀낸 사례다. 다 대단한 발견이지만, 돌이켜보면 왜 이걸 몰랐을까? 할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던 연결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AI로 세렌디피티를 딸깍할 수 있다 (AI can connect the dots for you).
난 직접 만들어 실험해보고 있다. 새롭게 소화해야하는 정보를 마주했을 때, 그간 노트 앱에 적어넣은 139개의 생각을 함께 AI에게 보여주고 나도 미처 보지 못한 연결점을 찾게 하는 식이다. 그 hit-rate가 항상 높지는 않지만, 종종 “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네? 그게 이렇게 이어지네?“하며 놀랄 때가 있다 (위 예시처럼)
인간은 창의적이지만 시야는 좁다. 지금의 AI는 패턴인식에 그치지만 (regurgitating the internet at best) 시야가 무한하다.
그렇기에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시야를 상호보완하면, 세렌디피티의 빈도를 크게 (by an order of magnitude)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멘델도 다윈도 일론도 못한 것을 딸깍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