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의 제품 철학
HEY는 계정을 만들고 결제하면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world@hey.com으로 수신자를 두면, 나만의 뉴스레터를 손쉽게 작성해 구독자에게 발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뉴스레터를 작성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 이야기를 하고, 인터넷의 발명 이야기를 하면 저조차 굉장히 진부한 전개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가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기술에 매료된 이유는, 그 기술이 어느 익명의 개발자와의 이메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주고받다, 그게 프로젝트가 되고, 또 산업이 되는 과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흥분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제품에 담긴 철학이 결국 제품의 숙명을 결정짓는다고 믿습니다. HEY는 단지 또 하나의 이메일 클라이언트일 뿐이지만, 이 제품을 쓰면서 이 제품이 고객의 집중력과 프라이버시, 시간을 생각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 순간 제품은 제품에 머물지 않습니다. 고객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고객의 스토리가 됩니다. 그 모든 것을 우리는 '경험'이란 말로 퉁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철학은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생각해야만 유지하고, 발전하며, 전파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고민을 멈춘다면, 그것은 기능, 방향성, 마케팅, 브랜딩, '경험'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한때 드라마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습니다. 드라마는 중반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 언제부턴가 회상 장면이 전체 시간의 절반을 할애하고, 결말은 흐지부지 드러납니다. 잘 만든 영화는 오프닝만 1시간 가까이 쓰고, 천천히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휘몰아치며 마무리 짓습니다. 이렇듯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제품을 저는 좋아합니다.